'오징어 게임' 닮은 시장, 불확실을 견디는 자가 이긴다

입력 2021-12-10 17:51   수정 2021-12-10 23:39

절박함만으론 부족했다. 간절함으로 도전했지만 대다수가 실패했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 얘기다. 게임 참가자는 저마다 절박한 사연으로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제때 동작을 멈추지 못해 총알 세례의 희생자가 됐다. 낭떠러지 앞에서 ‘줄다리기’에 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끈 데는 이런 게임이 한몫했다. 시청자는 한편으론 목숨을 건 절박함으로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그들이 참여한 게임에서 오락물로서 드라마가 주는 재미를 느꼈다.

오징어 게임의 게임 중 ‘유리 다리 건너기’와 ‘구슬 홀짝 맞히기’는 최근 주식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유리 다리 건너기는 쉽게 깨지는 유리 발판과 깨지지 않는 유리 발판 중 하나를 골라내는 게임이다. 둘 가운데 ‘정답’을 맞혀야 한다는 점에서 구슬 홀짝 맞히기와 비슷하다.

지난달 말 저점을 찍은 코스피지수가 이달엔 지난 9일까지 연일 상승해 3000선을 회복했다. 지수가 이렇게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하루하루 ‘홀짝 맞히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투자자가 많다.

지난달 말 저점을 ‘진바닥’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언제든 조정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고 그래서 언제 빠질까를 맞혀야 하는 상태다.

순환매가 이어지는 상황도 투자자가 유리 다리 건너기와 홀짝 맞히기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은 무슨 종목이 뛰고, 무슨 종목이 빠질까를 점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이런 식의 맞히기 게임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운이 좋아서 한두 번 성공할 수는 있어도 결국엔 오징어 게임 참가자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다.

펀드매니저 A씨는 “최근 투자자가 주가 맞히기에 내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투자자는 해당 종목을 분석하고 시장 상황을 감안해 ‘논리적으로’ 주가의 수준과 방향성을 예측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해처럼 주가의 방향성에 대해 상당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때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며 “(주가의) 불확실성은 투자자가 안고 가야 할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조언에는 반박하거나 토를 달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맞는 말’이라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투자자가 오징어 게임을 떠올릴 정도로 힘든 상황이란 점도 사실이다.

금리는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경기 회복 속도가 금리 상승을 상쇄시킬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노이즈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그런 노이즈로 금리 상승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면 시장은 고꾸라진다.

투자의 정석대로 판단해서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해 확신을 갖고 투자하려는 투자자도 있다. 이런 투자자는 노이즈는 노이즈일 뿐이란 생각으로 시장이 출렁이는 것을 견뎌야 한다.

모든 주식 투자자가 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적잖은 투자자가 절박함과 간절함을 갖고 투자한다. 때론 그 절박함과 간절함이 현명한 판단을 가로막기도 한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강한 사람일수록 지금 눈앞에서 시장이 출렁이는 것을 보며 투자의 정석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

투자로 얻는 이익을 가리켜 불로 소득이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있다.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고, 오징어 게임의 결말처럼 오징어 머리에 도착하는(수익을 얻는) 투자자에게 불로 소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투자 수익은 투자자로서 치른 마음 고생의 대가요, 불안함을 견딘 보상이다. 그런 대가와 보상을 얻기 위해 지금도 힘든 시기를 견디는 투자자를 응원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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